밴(VAN) 업계가 최근 카드업계와 진행 중인 밴 수수료 정률제 전환 협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달 마무리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밴 수수료 정률제가 카드사의 압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지난 7월 가장 먼저 13개 밴사와 정률제 전환 협의를 마쳤고, KB국민카드와 BC카드가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밴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 책임을 밴사에만 떠넘기려고 한다”며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감소를 통한 수수료 인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밴사 측은 밴 수수료가 총 가맹점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인데 반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무려 5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마케팅 비용은 카드사가 집행하는 카드모집관련·가맹점 모집 프로모션·무이자할부·청구할인 등을 포함한다.

지금까지 밴사는 고객의 모든 카드 결제 건에 대해 평균 100~170원의 정액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최근 카드결제의 소액화 추세로 밴 수수료를 건당 정액제가 아닌 금액에 따른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카드결제 소액화 추세로 카드 승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평균 결제 금액은 2012년 5만 6075원에서 올해 2분기 4만 5529원으로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각 결제 건당 정액 수수료를 받게 되면 밴사가 폭리를 취하게 돼 정률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중 마케팅 비용이 50%라는 주장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비중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여신전문 금융업 감독규정을 보면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거래승인 및 매입정산 비용·마케팅비용·일반관리비·조정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는 마케팅 외에도 다양한 부분에 비용이 배분돼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회원과 신용카드가맹점 모집, 부가서비스나 경품 제공 등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고객에게 오히려 피해가 간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할 때 드는 비용 등이 마케팅 비용에 포함된다”며 “이를 줄이면 결국 고객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정액제로 밴사 수수료 이익이 1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정률제로 전환된다고해도 밴사의 수익은 94~95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정률제 전환으로 인한 밴사의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