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KB국민카드를 제외한 전체 신용카드 사용시 5만원 이하 결제는 무서명 거래가 이뤄진다.
KB국민카드는 1만원 이하 결제시에만 무서명 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이 변경되며 카드사들은 가맹점에 통지만 하면 결제액 5만원 이내에서 기준금액을 정해
무서명 거래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카드사와 가맹점이 특약을 맺어야만 무서명 거래가 가능했다.

신한·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무서명 거래의 기준금액을 5만원 이하로 정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1만원 이하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부정 사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무서명 거래의 기준금액을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무서명 거래는 결제시 고객 서명이 생략되기 때문에 부정 사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선 1만원 이내에서 무서명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본 뒤 기준금액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카드는 무서명 거래시 전표가 출력되지 않아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줄게 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밴사는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서 카드사용 승인 중계와 카드전표 매입 업무를 담당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2월에 밴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해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였다는 점을 고려해 무서명 거래의 기준금액에서는 밴사 입장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액제에서는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카드사가 건당 100~120원의 수수료를 밴사에 지불해야 하는 반면 정률제에서는 결제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된다. 소액결제가 많을수록 정률제에서 밴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크다. 신한·하나·우리카드도 밴 수수료를 정률제로 지급하고 있지만 KB국민카드는 소액결제 비중이 특히 높아 무서명 거래의 기준금액을 높일 경우 밴사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에 KB국민카드의 직불카드 이용실적은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직불카드는 주로 소액결제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무서명 거래 기준금액을 카드사마다 다르게 정해도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며 "다만 무서명 거래 확대와 서명을 대신할 핀테크 기술 등의 발달로 앞으로 밴 수수료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