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26일 공동으로 '카드수수료 상한선 인하 관련 금융권 양대 산별노조 입장'을 내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밴수수료 체계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카드 수수료 원가 항목인 밴(VAN)수수료 산정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밴수수료는 카드사가 결제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하는 밴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다.

밴수수료가 정률제로 바뀌면 건당 결제금액의 평균 0.28%를 카드사가 밴사에 주고 가맹점이 이 수수료를 부담한다. 카드결제가 한건에 5000원이든 1만원이든 100원씩 붙던 수수료가 각 결제금액에 0.28%를 곱한 14원과 28원으로 바뀐다.

또 카드업계는 기존 2.5%인 카드수수료 상한을 2.3%로 0.2%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정률제 전환으로 거액결제 가맹점의 수수료율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양대 노조는 "오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그러나 이번 간담회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 대단히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조는 그 이유로 △간담회 당일 오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사장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간담회'였다는 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한 관계기관 TFT가 가동되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다는 점 △상한선 전체를 낮춰 유흥업소 등 사행산업에 책정된 상한선도 낮춰지는 역기능이 우려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노조는 수수료 상한을 낮추는 것이 해결방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수수료를 평등하게 바꾸는 것이 해결방안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보도자료에 기재된 '카드업계 자율로 운영 중인 수수료 상한을 인하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조는 "카드업계가 자율로 운영 중인 수수료 상한을 금융위원회가 어떻게 강제로 인하시킬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영세와 중소상공인은 여신전문업법 감독규정을 통해 우대수수료율이 0.8%, 1.3%로 정해져 있지만 수수료 상한선은 여신전문업법, 시행령, 감독규정에도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말 그대로 업계가 자율적으로 상한선을 설정해서 운영해왔는데 금융위원장의 말 한 마디로 법이 되고, 감독규정이 되는 방식이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카드산업이 '샌드위치 산업'으로 전락했다는 게 양대 금융노조의 평가다.

양대 노조는 "영세,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대수수료율을 통해 하한선이 확대되고 있고, 위에는 상한선 인하를 통해 위, 아래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카드사 구조조정과 카드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절벽 위에 서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덧붙여 "금융당국의 끝을 알 수 없는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으로 인해 카드산업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으며 카드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되는 관치의 망령으로 금융산업과 카드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